꿈13: 복도에서 생긴 일

 이 열리자 한치 앞이 안보이는 캄캄한 복도였다. 그럼에도 우리 넷은 왠지 모르게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작지만 우리의 새집이라면서 나는 한 아이의 손을 잡고 앞장서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들어가자 마자 바로 오른쪽에 문 하나가 있었다. 그 문을 열자 작은 방 하나가 나왔다. 작기는 했지만 으스스한 복도와는 달리 환하게 불이 켜진 방이었다. 나는 얼른 손을 잡고있던 아이를 등 떠밀어 그 방으로 들여보냈다. 그 아이는 방 안 구석구석을 살펴보며 신기한 듯 소리를 지르며 기뻐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우리 셋은 신나게 웃었다.

다시 복도로 나오자 우린 셋이었다. 방 문을 닫자마자 복도는 다시 암흑이었다. 조금 더 가니 오른 쪽에 작은 문이 또 하나 있었다. 그 문을 열자 또 하나의 작은 방이 나왔다. 역시 환하게 빛이 드는 멋진 방이었다. 남은 한 아이가 이번에는 자기 차례라며 환하게 웃었다. 
다시 복도로 나오자 우린 둘이었다. 역시 나오자 마자 사방은 어두웠고 얼마 안가 또 하나의 문이 있었다. 그 문을 열자 이번에는 그렇게 환하지는 않았지만 아늑한 조그만 방이 나왔다. 남편이 그 방으로 걸어 들어갔다. 나는 미소 지으며 조용히 방문을 닫았다.

혼자 남은 나는 계속 그 복도를 걸었다. 앞을 전혀 볼 수 없었지만 무섭지 않았던 이유는 아마, 금세 환한 구석이 나올거라는 확신 때문이었던것 같다. 왜냐하면 적어도 집이라면 방은 아니라도, 부엌이라도, 아니면 화장실이라도 있는 것이 집이니 말이다.
하지만 결국 내 앞에 나타난 것은 그 중 어느 것도 아니고 벽이었다. 방은 커녕 부엌도 화장실도 없을 뿐 아니라 갈 곳도 없이 앞이 막혀버린것이다. 
힘이 쭉 빠진 나는 쓰러지듯 벽에 기대 앉아서 손바닥으로 이마를 받치고 중얼거렸다. 
"역시 내 방은 없네. 게다가 부엌도 화장실도 없는 집이라니…." 
순간, 복도 오른 쪽 바로 내 옆에 무언가 시커먼것이, 컴컴한 복도보다도 더 어두운것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얼른 그 쪽으로 몸을 숙여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그곳에는 아주 작은 문이 있었다. 기어들어가야 될 것 같은 작은 문이었다. 나는 그 문을 열고 안으로 조심조심 기어들어 갔다.

그 곳에는 지금까지와는 확연히 다른, 마치 공주가 어제까지 살았던 것 같은 화려하고 넓디 넓은 방이 있었다. 소파하며, 책상하며, 화장실과 부엌도 그 안에 들어있었다. 그 방을 이리저리 둘러보면 볼수록 나는 행복감을 주체할 수 없었다. 소파에 푹 파묻혀서 뛸듯이 기쁜 마음을 간신히 달래야했다. 그러다가 커텐이 내려와 있는 창문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커텐은 창문이 아니라 벽에 쳐져 있었다. 그리고 그 벽에는 조그만 문이 또 하나 있었다.
무언가 이상하다는 느낌에 나는 쭈뼛쭈뼛 그 문을 열었다. 그러자 거기엔 푸른 언덕이 펼펴져 있었다. 잔디가 깔려있고 나무들이 있고 멀리서 물 소리와 사람들 소리도 나는 것 같았다. 아름다운 공원의 모습이었다. 정말 황홀했다.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옅은 연두 색으로 덮인 소파로 돌아와 나는 춤이라도 출 듯한 심정으로 천정을 보며 앉아 있었다.

정말 춤이라도 춘건지 쾅하는 소리와 함께 아이들 책상 다리에 눈 가를 부딪치면서 꿈에서 깬건 바로 이때였다. 
"아... 제발 조금만 더. 제발…"
그 간절한 소망과 함께 아픈 것도 상관없이 눈을 꼭 감고 나는 다시 잠을 청했다.

다시 컴컴한 복도 앞이었다.
그런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흰색 바탕에 퍼런 체크무늬 남방을 입은 남자가 내게 시비를 걸어왔다. 무엇 때문이었는지 자세히 기억은 안나지만, 어쨌든 좀 전에 찾은 내 방으로 가기도 전에 나는 그 남자와 승강이를 벌여야 했다. 엎치락 뒤치락 하기도 하고 쫒고 쫒기며 나는 그 남자와 한참 결투를 벌였다.
그러다가 한 순간 어찌된 일인지 혼자 복도에 서있게 되었고, 그런 나에게 남편이 다가와 무슨일이냐고 물었다. 내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그 간에 벌어진 일을 남편에게 이야기하자 남편은 그 놈을 꼭 잡아서 혼내주겠다며 복도를 걸어 들어갔다.

말려야하나 하면서 멀어져가는 남편의 검은 뒷모습을 눈길로 따라가고 있는데 자세히 보니 두 사람의 실루엣이 보이는 것이었다. 그 남자가 남편 바로 옆을 걷고 있었다. 놀란 내가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둘중 누구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이내 그 남자가 긴 꼬챙이같은 무기를 꺼내서 들어올리는 것이 보였다. 남편은 눈치채지 못했는지 그저 앞으로 가고 있을 뿐이었다. 내가 소리를 지르면서 남편 가까이에 다가가자 그 남자는 뒤를 돌아보더니 나를 죽일듯이 꼬챙이를 다시 들어올렸다. 하는 수 없이 나는 온길을 뒤돌아 뛰기 시작했다. 싸우더라도 밝은 데서 싸워야 겠다는 생각에 들어온 문 쪽으로 뛰다보니 그 사람이 나를 향해 휘두르고 있는 꼬챙이 끝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는것이 보였다. 
나는 순간 복도 저편을 살폈다. 천만다행으로 남편은 여전히 천천히 걸어들어가고 있었다. 나는 전력을 다해 문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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