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14: 파도 풀에서

영장 물은 맑았고 발은 닿지 않았지만 그리 깊지는 않은 듯 했다. 그곳에서 나는 다른 몇몇 사람들과 함께 떠 있었다. 생각해보면 참 우스운 광경이다.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거나 물장구를 치는 것이 아니라 너나 할것 없이 조용히 머리만 내놓고 떠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모두들 유유히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얼마후 사람들 사이에 이상한 긴장감이 도는 듯 하더니 나이 많은 대머리 할아버지가 누군가를 구하겠다며 수영장 중앙으로 뛰어 들었다. 사람들은 머리만 내놓고 떠있는 채로 그 할아버지를 주시했고 나또한 가슴을 졸이며 할아버지가 빨리 올라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할아버지는 다시 올라오지 않았다. 그 대신 할아버지가 뛰어든 곳을 중심으로 큰 물결이 일기 시작했다. 회오리 바람이 불듯 물이 수영장 중앙을 중심으로 사람들을 싣고 돌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물결을 따라 휩쓸려 둥글게 원을 그리며 도는가 하면 파도를 타듯 아래 위로 움직였고 나도 그 속에서 중심을 잡으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사람들과 함께 춤을 추듯 물살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저편에서 한 여자가 나타나 회오리 모양의 물결을 거슬러 수영을 해오는 것이 보였다. 마치 어디론가 빨리 가야 한다는 듯 머리를 물 속에 담갔다가 수면으로 올렸다가를 반복하며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다시 동요하기 시작했다. 그 누구도 자기 자리를 떠나지는 못하는 채로 사람들은 손가락 질을 하며 소리를 질렀다.
"여자를 잡아요, 빨리 저 여자를 잡아!"
여자는 공교롭게도 내 쪽으로 헤엄을쳐 오고 있었다. 나는 이유도 모르는 채 그 여자를 잡으려고 했다. 쉴새없이 얼굴을 때리는 파도를 거스르며 옆으로 움직여 팔을 뻗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바로 그때, 중앙에서 조금 전 물 속으로 뛰어 들었던 할아버지가 올라왔다. 할아버지는 힘들었다는 듯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잠시 그 모습을 보다가 나는 다시 그 여자를 잡으려고 몸을 옆으로 움직였다. 그 여자가 내 쪽으로 가까이 오자 사람들은 일제히 웅성거렸다. 마치 응원이라도 하는 듯 나를 향해 팔을 흔들며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역시, 쉴새없이 회오리를 만들어내며 모두를 빙글빙글 돌리는 물결과 높아졌다 꺼지는 파도를 내 힘으로 거스르는 것은 무리였다. 그 여자는 바로 내 옆으로 수영해 지나갈 듯 다가왔지만 나는 그 여자를 잡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나를 그냥 지나쳐 갈 듯 했던 그 여자가 갑자기 바로 내 옆에서 수영을 멈췄다. 바로 뒤에 밀려온 파도가 여자의 머리를 가차없이 때렸고, 여자의 머리는 마치 물풍선 처럼 터져버렸다. 다음으로 버둥거리던 팔이 파도에 부딪쳐 으스러져 사라졌고 그렇게 차례차례 그 여자는 물에 씻겨 나간듯 모습을 감추어 버렸다.

어느새 사람들은 모두 
조용히 그 모습을 지켜 보고 있었다. 머리만 물 밖으로 유유히 내놓고 있던 조금 전과 같은 모습이었다. 아니 자세히보니 완전히 똑같은 모습이었다. 얼마 안가 나는 내 몸이 움직이지 않는 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눈동자 외에는 아무것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모든 것이 정지됬다. 갑자기 멈춰 버린 것이다. 회오리와 파도조차 더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무서움에 소리를 질렀다. 될 수 있는 한 크게 소리를 질러야했다.
"아아악!"
내가 벌떡 일어나자 가비와 남편이 부스스 눈을 떠 나를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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