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살이11

문패: 쌍둥이 엄마의 베를린 살이11
주 제목: 독일의 대학 입학시험 아비투어1

를린에 여름방학이 시작된 지도 어느덧 2주가 흘러가고 있다. 독일은 8월을 기준으로 학년이 올라가기 때문에 여름방학이란 즉 한 학년의 끝이자 새 학년의 시작을 의미한다. 중등 및 고등과정 시험은 물론 대학입시까지 모두 끝나고 그야말로 모든 학생들이 저마다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시기다. 

   오늘 신문에는 그런 학생들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할 만한 기사가 하나 있다. 베를린에서 한 여학생이 올해 대학입학시험 아비투어(Abitur)“에서 만점을 기록했다는 기사다. 900점 만점에 900점. 시에서 대입 성적을 통합 관리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한 3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인가보다. 
   우리 아이들도 다음 학기부터는 본격적인 아비투어 준비과정에 돌입한다. 지금까지 큰 무리 없이 학교생활을 해 내고 있는 두 아이를 둔 학부모의 눈으로도 아비투어에서 만점이란 점수는 도무지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그만큼 아비투어가 오랜 기간에 걸쳐 다방면으로 학생들의 다양한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이기 때문이다. 

   아비투어의 몇 가지 특징을 설명하기에 앞서 1학년부터 11학년까지 독일의 교육과정을 지켜보며 가장 많이 느꼈던 것을 들자면 학습 능력만 가지고는 도저히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없는 시스템이라는 점이다. 전 학년을 통틀어 평가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논술과 구술시험이 있다. 그 외에도 과제수행 여부나 수업 참여도 등이 점수화되어 반영되지만 객관식 평가는 없기 때문에 성적은 과목별로 담당교사 1명에 의해 상대평가로 산출된다. 학부모입장에서 솔직히 처음에는 이점이 많이 불만스러웠다. 학생들에게 마음에 드는 선생님과 안 드는 선생님이 있기 마련인데 마음에 들지 않는 선생님에게서는 대부분 마음에 들지 않는 점수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투덜대는 아이들의 푸념에 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어설픈 위로의 말을 찾기에 급급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이 점도 큰 공부였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어느새 점수를 선생님에게서 받는 숫자를 넘어 자신의 능력에 대한 세상의 인정도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능력이 있다고 해서 항상 인정을 받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11학년 정도 된 학생들은 이제 확실히 알고 있다.

   한 학기가 시작되면 학생들은 대략 6-10명의 과목별 담당교사를 새로 만난다. 각 교사마다 고유의 교육 방법과 평가방법이 있기 때문에 처음에는 얼마간 교사와 학생, 또 학생들 간의 치열한 탐색전이 벌어진다. 한 학기에 한 학생이 많게는 10번의 이 같은 전쟁을 동시에 치러내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이 가장 먼저 하게 되는 것은 각자가 가진 무기에 대한 자각이다. 즉 자신만의 강점을 스스로 찾고 깨닫는 일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자신의 강점과 또 약점을 파악한 학생들은 그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시험환경을 스스로 만들어나간다. 이것이 독일의 대학 입학시험 아비투어의 시작이다.

2016년 8월11일 이재인
베를린 살이는 2016년 3월 ~2017 5월까지 한겨례 서울&에 연재 된 "쌍둥이 엄마의 베를린 살이"의 미 수정 원본입니다. 블로그 게재일은 2017년 9월 16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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