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살이25

문패: 쌍둥이 엄마의 베를린 살이25
주 제목: 대통령의 임무



를린 시내에는 꽤 많은 성 들이 있다. 그 중에서도 샬로텐부르크성, 쾨페니크성, 치타델레등은 아름답기로 유명한 성들이다. 이런 성들은 건축물 자체의 위풍만으로도 도시의 품격을 높이지만 그것이 다는 아니다. 이들의 대부분이 박물관이나 공연장 등으로 일반에게 개방되어 시민들의 삶 속 깊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벨레뷔성의 성문만은 좀처럼 열리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성 문 앞은 항상 경호원들로 둘러싸여 있다. 이 성의 성주가 조금 특별한 분인 탓이다.

   지난달 12일에는 벨레뷔의 새로운 성주가 당선 되었다. 독일 연방 공화국 제16대 대통령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다. 벨레뷔성은 굳이 비교하자면 우리나라의 청와대와 같은 곳인 셈이다. 실제로 독일의 제 7대 대통령 로만 헤어초크는 부인과 함께 벨레뷔성에서 살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는 집무실과 외빈 접견 등을 위한 용도로만 사용되고 있다.

   가끔 메르켈 총리를 독일의 대통령으로 알고 계시는 분들이 있다. 그러나 독일에는 엄연히 대통령이 따로 있다. 독일의 대통령은 한 나라의 수장, 즉 서열 1위라는 점에서는 한국의 대통령과 같지만 그 역할에는 차이가 있다. 참고로 독일의 총리는 대통령과 연방의회의장 다음으로 서열 3위에 해당한다. 이에 반해 실제로 국정운영에 있어서는 총리가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통치체계가 다른 여러 나라가 모인 국제무대에서는 상징적인 개념의 „대통령처럼 보일 뿐이다. 

   독일 학생들을 위한 정치교재를 보면 대통령과 총리의 차이를 아주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다. 독일연방대통령은 40세 이상의 독일인으로 5년간 독일을 대표하는 사람이다. 독일연방총리는 18세 이상의 독일인으로 4년간 국정을 운영하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독일을 대표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까? 독일의 대통령은 국빈을 맞이하고 개헌이나 국가 간 협정 및 조약 체결 시에 최종 승인하며 총리를 추천하고 임명 또는 해임하며 총리가 추천한 장관들을 임명 또는 해임한다. 이처럼 독일에서 대통령의 역할은 실제로 매우 한정되어 있고 자연히 언론에 노출되는 빈도도 총리보다 낮은 것이 사실이다. 이를 근거로 일각에서는 연방제하에서 대통령의 역할을 비하하며    그 값비싼 직위를 없애고 대신 서민들의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주장이 일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은 독일 대통령의 가장 큰 임무를 망각한 데서 나오는 주장이다. 그 임무는 다음과 같다. 
   „대통령은 국민들과 소통하며 국민적 화합을 꾀한다.“ 
   당근과 채찍이 말을 달리게 하듯 통치를 한다는 것은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 다가 아니다. 사회의 갖가지 개성이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 또한 통치자의 큰 임무다. 그런 의미에서 독일의 총리가 채찍을 가졌다면 독일의 대통령은 당근을 가진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을 분열시키는 일이야말로 대통령의 존재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다.

2017년 3월 9일 이재인
베를린 살이는 2016년 3월 ~2017 5월까지 한겨례 서울&에 연재 된 "쌍둥이 엄마의 베를린 살이"의 미 수정 원본입니다. 블로그 게재일은 2017년 9월 16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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