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제목: 오스터하제와 오스터아이
부활절은 날짜가 해마다 바뀐다. 매년 3월 21일 이후 첫 번째 뜨는 보름달을 기준으로 바로 다음에 오는 일요일을 “Ostersonntag(오스터존탁)”이라고 해서 축일로 정하기 때문이다. 오스터존탁은 “부활의 일요일”이라는 뜻이다. 이 날이 바로 장사한지 삼 일째 되는 날이자 예수가 부활하신 날이 된다.
이로부터 나흘 전, 예수는 제자들과 함께 최후의 만찬을 나눈다. 이 날을 “성스러운 목요일“ 이라는 뜻으로 “Gründonnerstag(그륀도너스탁)“ 이라고 부르며 교회에서는 십자가를 가린 채 종소리와 오르간연주가 없는 조용한 미사를 드린다. 반면, 관공서와 슈퍼는 몰려든 사람들로 골머리를 앓는 날이기도 하다. 바로 다음 날부터 공휴일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다음 날인 “Karfreitag(카프라이탁)“은 „비통한 금요일“이다. 이 날은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고 무덤에 묻힌 날로 크리스트교인들 에게는 일 년 중 가장 슬픈 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부활절이란 기쁘기 그지없는 축제 속에 섞인 이 비통하기 그지없는 금요일덕분에 부활절은 „고요한 축제“라고 불린다. 이 날에는 거의 모든 관공서나 상점들이 문을 닫을 뿐 아니라 무도회나 댄스파티, 춤이 섞인 공연이 금지된다.
토요일에는 상점들이 다시 문을 연다. 그리고 다음 날인 부활절, 그 다음 날인 „Ostermonntag(오스터몬탁)“까지가 공휴일이다. 오스터몬탁은 예수의 두 제자가 엠마우스로 가는 길에 부활한 예수를 만났다는 날로 그 기쁜 소식을 여기 저기 전하며 함께 나누는 날이라고 한다. 부활절 기간 동안 사람들은 만났다가 헤어질 때 „Frohe Ostern(프로에오스턴)“ 이라는 인사를 주고받는다. „즐거운 부활절“이라는 뜻이다.
즐겁기만 한 부활절은 단연 어린이들 차지다. 집집마다 “오스터하제”라고 불리는 토끼가 숨겨놓았다는 “오스터아이”라는 달걀을 찾느라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일 년에 한번 토끼가 바구니에 달걀을 가득 담아와 여기저기 숨겨놓는다는 허술한 시나리오에 반해 어른들이 숨겨놓은 오색찬란한 달걀모양의 초콜릿을 찾아 흙투성이가 되어 정원을 누비는 아이들의 눈빛은 진지하다 못해 애절하다. 운이 좋으면 가끔 오스터하제도 만날 수 있다. 발견되는 즉시 초콜릿으로 변해버린다는 금빛토끼 한 마리를 손에 넣고 환하게 피어나는 아이들의 얼굴은 보는 이로 하여금 수선화 같은 미소를 짓게 만든다. 마음으로 부활절을 쇠는 사람이든 덩달아 쇠는 사람이든 말이다. 그 어떤 설교보다도 감동적인 이 미소야말로 부활절의 진짜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독일에서 부활절은 종교를 넘어 문화로 일상생활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2017년 4월 20일 이재인
베를린 살이는 2016년 3월 ~2017 5월까지 한겨례 서울&에 연재 된 "쌍둥이 엄마의 베를린 살이"의 미 수정 원본입니다. 블로그 게재일은 2017년 9월 16일입니다.